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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소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by 꽃바구니 2023. 10.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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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소설의 매력


에세이만 좋아하고 소설은 그렇게까지 좋아하지 않는다 하시는 분들은 이번 책은 읽어보실 만할 것 같습니다.
정리해 보면 작가 고유의 스타일이 살아있으면서도 대중성이 좀 있는 편입니다.
소설에서 몰입감과 긴장감을 제일 중요하게 여기시는 분들이라면 두께는 참을 수 없이 두껍게 느껴지실 겁니다.
하루키 소설을 읽어보셨다고 할지라도 노르웨이 숲과 색채가 없는~을 제외한 다른 소설은 읽어본 적이 없다 하시는 분들은 조금 고민을 많이 해보셔야 될 것 같습니다.
소설은 별로 안 좋아하고 에세이만 좋아했다 하시는 분들은 이번 기회에 조금 독특한 그만의 세계에 살짝 발을 담가볼까 하고 도전해 보실 만한 그런 책이 되겠습니다
이 소설의 도입 부분만큼은 많이들 읽어보셨으면 좋겠을 정도로 16, 17살의 소년 소녀가 초록빛 여름에 막 청량하게 푸릇하게 사랑에 빠져드는 그 분위기로 싹 몰아가는데 너무 아름답게 느껴지는 정말 아름다운 매력이 잘 살아 있습니다.
두 번째 매력은 그로테스크함이 좀 낫다는 것입니다.
이 두꺼운 스토리 안에서 어느 순간 되게 이렇게 툭 하고 던지듯이 이러한 상처가 있었지 하는 점을 되게 잘 공감을 해줘서 그런 면이 굉장히 매력적이었습니다.

2. 소설의 단점


중년의 남성이 어떤 여성을 잃어버린 상실감을 갖고 살아가다가 어떤 신비한 공간으로 들어갔는데 깊은 공간에 막 이렇게 갇혀 있기도 하고 무슨 도서관 나오기도 하고 그래서 위스키, 재즈 음악 듣는 얘기 이런 거 나오고 이게 이런 부분에서 이렇게까지 디테일을 해야 되나? 왜 갑자기 이 부분에서 이 사람의 사연을 장황하게 얘기하지? 아무리 그런 소설 아니라지만 너무 맥락이 없는 거 아닌가라고 느껴지는 부분들도 있고 두께가 있기 때문에 읽다가 살짝 흥미가 떨어져서 덮게 되는 요인이 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3. 소설의 줄거리

먼저 한 줄 요약으로 한번 표현을 해보자면 이 책은 어른들의 비밀의 화원처럼 느껴질 수도 있을 겁니다.
동심을 가진 친구들이 이제 일상과 다르게 어떤 자신만의 신비로운 공간이 있어서 거기에서 성장도 하고 힐링도 하는
그런 느낌의 이야기인데 좀 다르기는 하겠지만 어른이라서 느낄 수 있는 되게 독특한 신비로운 나만의 공간이라는 개념으로 이제 벽에 둘러싸인 도시가 있다고 생각을 하면 되겠습니다.
17살 소년이 백일장에 나갔다가 16세 소녀에게 첫사랑을 느낍니다.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그녀가 들려주는 높은 벽에 둘러싸인 신비로운 도시, 그냥 환상 속에 숨어 있는 어떤 도시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나누게 되지만 어느 날 그녀는 소식이 끊깁니다.
어느새 30년 정도의 시간이 흘러 출판 유통사에서 일하는 고독한 중년의 싱글남이 되었고 그 신비한 도시 속에 들어와 있습니다.
그 도시 안에 있는 도서관에서 주인공은 꿈 읽는 자로서의 역할을 다합니다.
도서관에서 일하는 사서는 주인공의 첫사랑 그녀이지만 주인공을 알아보지는 못합니다.
왜냐하면 사람은 누구나 분신 같은 그림자를 가지고 있어서 도시 속에 살거나, 혹은 우리가 현상이라고도 볼 수 있는 저쪽 세상에서 별개의 삶을 살게 되는 겁니다. 도시 속의 도서관 사서인 그녀가 본체이고, 현생 저쪽 세상에서 주인공을 만났던 그녀는 그림자라서 주인공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도서관에서 꿈을 읽으며 하루하루 시간을 보내던 주인공은 도시를 둘러싼 벽을 지키는 문지기에게 자신의 그림자가 거기에 갇혀 있다는 걸 알게 되고, 자신의 그림자를 도시에서 빼내주기로 합니다.
그림자에게는 함께 나가자고 하지만, 사실 주인공은 도시 속에 머물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현실 세계로 돌아와 버렸습니다.
현실의 그는 첫사랑 소녀를 잊지 못해 결혼도 하지 않은 그는 돌연 회사를 그만두고 시골의 작은 도서관에서 전 도서관 관장인 고야스와 사서 소에다의 도움으로 관장직을 하고 있습니다.

 

사랑했던 가족들을 떠나보낸 뒤에 도서관 운영에 힘을 쏟았던 전 도서관 관장 고야스 씨는 사실 죽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여러모로 주인공에게 조언을 해주면서 도움을 주는 인물입니다.
주인공은 규칙적인 생활을 하며 동네 카페에 들르는 일이 잦아졌고, 카페 사장과는 데이트하는 사이가 됩니다.
그리고 도서관을 종종 찾는 서번트 증후군의 일종으로 천재적인 두뇌를 가진 옐로 서브마린 소년은 도시 이야기를 통해 대화를 나눌 정도로 주인공과 가까워집니다.
어차피 자신은 이쪽 세상에서도 외롭게 살고 있으니, 도시 속 도서관에서 꿈을 읽으며 살고 싶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어느 날 소년은 사라지고 소년의 가족들이 애타게 찾지만, 주인공은 벽에 둘러싸인 도시와 그림자의 존재를 다 털어놓을 수는 없었습니다.
2부의 마지막에서는 첫사랑 소녀를 만나게 되는데 그녀는 "이제 알겠어 우리는 둘 다 누군가의 그림자에 지나지 않아."라고 말합니다.
3부에서는 벽에 둘러싸인 도시 안에서 주인공이 노란잠수함이 그려진 옷을 입고 매일 도서관을 찾아와 책을 읽어가는 소년과 교류하게 됩니다.
노란 잠수함 소년이 주인공의 그림자가 되어 도서관에 들어가 꿈을 읽으며 만족해야 하다가 때가 되어 본체인 주인공은 저쪽 세계의 그림자와 하나가 되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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