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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여류작가 프랑수아즈 사강의 <슬픔이여 안녕>

by 꽃바구니 2023. 10.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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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책 소개


프랑스의 천재 여류작가 프랑수아즈 사강이 1954년에 소르본 대학에 다니던 18살의 어린 나이에
발표한 첫 소설로출간되자마자 평단과 독자의 격찬을 받으며 단숨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됐습니다.
이 작품은 표면적으로는 아버지의 재혼을 막기 위해 거짓 연극을 꾸미는 10대 소녀의 이야기이지만,
더 깊이 들어가 보면 우리 모두가 인생의 어느 한 시기에는 반드시 맞닥뜨리게 되는

독립과 성장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우리는 유년기에는 부모와 가족, 친구들로부터 온전히 분리되지 못하고
그들의 생각과 사상에 많은 영향을 받으며 살아갑니다.
자신만의 독립성과 개성을 획득하지 못한 의존적인 존재인 것입니다.

그러다가 우리가 주변 사람들을 떠나서 오롯이 혼자 서게 되는 순간은 언제일까요?
남들보다 더 뛰어난 성취를 이룰 때일까요 아니면 경제적으로 자립하게 될 때일까요?
작가 사강은 남들과 공유하거나 남들에게 위로받을 수 없는 나만의 슬픔을 갖게 될 때,
우리는 타인으로부터 분리되어 진정한 독립을 이루게 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 슬픔을 극복해가는 방식을 통해 남들과는 다른 나만의 독자적인 삶이 시작된다고 말합니다.
기쁨은 남들과 쉽게 나눌 수 있지만, 슬픔은 오롯이 우리 스스로가 견디고 극복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17살 소녀 세실은 홀로 된 아빠의 재혼을 막으려고 계략을 꾸미다가 파국으로 치닫게 되고
그 파국의 끝에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아빠는 물론 다른 사람에게 털어놓을 수 없는 자신만의 슬픔과 비밀을 갖게 되고
이를 통해 자신이 다른 사람들로부터 분리된 독립된 인간이 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2.줄거리


파리에 사는 17살 소녀 세실은 15년 전에 홀아비가 된 부유하지만
경박한 사업가 아빠와 함께 자유롭고 풍족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6개월마다 여자가 바뀌는 바람둥이 아빠는 최근 20대 애인인 엘자와 동거 중이었고
아빠와 유쾌한 친구처럼 지내던 세실은 쾌락적인 삶을 추구하는 아빠를 보며
무질서하고 부도덕한 삶을 이상으로 여기고 있었습니다.
그해 여름, 아빠와 세실과 동거녀 엘자는 지중해의 한적한 해안가의 별장을 빌려 피서를 가는데
이곳에 죽은 엄마의 옛 친구이자 패션 사업가인 이혼녀, 안이 놀러 옵니다.
안은 돌아가신 엄마를 대신해, 과거에 세실에게 교양 있게 옷 입고 말하는 법을 가르쳐줬던
우아하고 도도하고 질서를 중시하는 여인이었는데
세실은 이런 그녀가 떠들썩한 쾌락과 자유를 추구하는 아빠나 자신과는 잘 맞지 않는 사람이라고 여기고 있었습니다.
예상대로 규율을 중시하는 안은 별장에 오자마자 세실에게 식사를 규칙적으로 하고
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잔소리를 하며 스트레스를 주고
세실은 이런 안을 피해 옆집 별장에 놀러 온 법대생 시릴과 함께 요트를 타며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한편, 바람둥이 아빠는 자신의 어린 애인은 뒷전에 두고
우아하고 도도한 안을 점점 욕망의 눈길로 바라보기 시작합니다.
그러다 어느 날 밤 모두와 함께 바의 춤을 추러 간 자리에서
아빠와 안이 단둘이 차를 타고 뜨거운 시간을 보내러 사라집니다.
멀리서 이를 지켜보던 세실은 자신의 내면이 텅 비워진 듯한 상실감에 사로잡혀 마구 술을 마십니다.
아빠와 자신은 자유롭고 무질서한 삶을 공유하던 절친한 친구 같은 사이인데
아빠가 안이 이끄는 질서의 세계로 달아나는 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이를 지켜보던 아빠 애인 엘자도 서럽게 울다가 세실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그날 밤 짐도 제대로 챙기지 않고 별장을 떠나버립니다.
다음 날 아침 식사 자리에서 안과 아빠는 세실에게 자신들이 휴가가 끝난 후

파리에서 결혼식을 올리기로 했다고 선포합니다.
세실은 결혼과 속박을 그토록 거부하던 아빠가 하룻밤 만에 이런 결정을 내린 것에 크나 큰 충격을 받습니다.
그리고 아빠가 안과 결혼하면 아빠와 자신은 그동안 누려온 경박하고 자유로운 삶을 떠나
아내의 요구대로 절제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참을 수 없는 갑갑함을 느낍니다.
이제 장래 엄마가 될 안의 잔소리는 노골적으로 더 심해집니다.
시릴과 애정 행각을 벌이는 것조차 그만두라고 잔소리를 하고 휴가지에서조차 공부를 하라고 강요합니다.
세실은 안이 자신을 마치 진압하고 처벌해야 마땅한 존재처럼 대하는 것에 기분이 나빠집니다.
더욱 화가 나는 것은 자신과 같이 자유분방한 삶을 즐기던 아빠조차
아내에게 동조하며 세실에게 공부하라고 잔소리를 하기 시작합니다.
세실은 다음과 같이 생각합니다.

'안는 내가 나 자신을 사랑할 수 없게 만들었다.
행복과 유쾌함 태평함에 어울리게 태어난 내가 그녀로 인해 비난과 가책의 세계로 들어왔다.
자기 성찰에 너무나도 서툰 나는 그 세계 속에서 나 자신을 잃어버렸다.'

얼마 후, 아빠에게 배신당했던 의자가 자신의 짐을 찾으러 다시 별장을 찾는데
그녀는 사랑의 상처를 극복하고 다시 눈부시게 아름다워져 있었습니다.
세실은 이런 엘자를 보며 그녀를 이용해 안과 아빠를 떼어놓을 생각을 합니다.
세실은 어떻게든 다시 안에게서 벗어나 아빠와 자신의 자유분방한 삶을 되찾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엘자에게 아빠가 안의 꼬드김 때문에 결혼을 결심하긴 했지만
아직 엘자를 사랑하고 있으니 자신의 애인인 시릴과 사귀는 척을 하며
아빠의 질투심을 자극해 그를 결혼이라는 사고에서 구해달라고 말합니다.
시릴 역시 세실을 만나지 못하게 하는 안을 저주하고 있었기 때문에
세실의 제안에 적극 찬성하며 기꺼이 연극에 동참합니다.
그 뒤로 엘자와 시릴은 안과 아빠가 함께 있는 곳에 불쑥불쑥 나타나 다정한 척 거짓 애정 행각을 펼치고
이를 본 아빠는 새파란 풋내기 녀석이 내 여자를 채가꾼이라고 읍조리며 뭔가 자존심 상해합니다.
그런 아빠 옆에서 세실은 "젊은 여자가 젊은 남자를 만나는 건 당연한 일이죠" 라며 바람을 넣으며
나이 많은 동년배 여자와 결혼하려는 아빠로 하여금 씁쓸한 기분을 느끼게 만듭니다.
세실은 자존심이 상한 아빠가 욕망에 쫓겨 엘자에게 손을 대기만을 기다리고 또 기다렸고
어느 날 드디어 아빠가 바닷가 숲에서 만난 엘자와 키스를 하고 맙니다.
그런데 이때 안이이 모습을 목격하고 충격에 빠져 그 길로 즉시 별장을 떠나려고 차고로 달려갑니다.
멀리서 사태를 파악한 세실은 안을 뒤쫓아가 모든 것이 실수이고 잘못이라며 가지 말라고 붙잡지만
안은 눈물로 뒤범벅이 된 얼굴로,"두 사람에겐 아무도 필요치 않아 너에게도
그 사람에게도" 라고 말하며 자동차를 타고 별장을 떠나버립니다.
뒤늦게 안이 떠나버린 사실을 안 아빠는 큰 자책감을 느끼며 안에게 사과의 편지를 써내려가지만
밤 10시에 갑작스럽게 전화벨이 울립니다.
그리고 아빠는 수화기 너머에서 안의 자동차가 사고가 잦은 절벽에서 50m 아래로 굴렀고
차에 탔던 안은 죽음을 맞았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안의 장례식이 끝났지만 세실은 자신이 꾸몄던 거짓 연극에 대해 차마 아빠에게 얘기할 수 없었고
아빠도 안의 죽음에 세실의 거짓이 관련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자신의 의심을 차마 세실에게 털어놓을 수 없었습니다.
이제 모든 것을 털어놓던 둘 사이에 완고한 벽이 자리 잡게 된 것입니다.
시간이 흘러 다시 이전의 자유분방한 삶을 되찾은 두 사람은 각자의 연인을 만나 연애를 하고
세실은 아빠와 자신이 꽤 행복하다고 느낍니다.
하지만 어느 날 밤 세실은 문득 다음과 같이 생각합니다.

'다만 파리 시내를 달리는 자동차의 소음만이 들려오는 새벽녘
침대에 누워 있을 때면 때때로 내 기억이 나를 배신한다.
그의 여름과 그때의 추억이 고스란히 다시 떠오르는 것이다.
안, 안! 나는 어둠 속에서 아주 나직하게 아주 오랫동안 그 이름을 부른다.
그러면 내 안에서 무엇인가가 솟아오른다.
나는 두 눈을 감은 채 이름을 불러 그것을 맞으며 인사를 건넨다.
슬픔이여, 안녕.





3.마무리


세실은 안을 떠올릴 때마다 크나 큰 상실감과 슬픔을 느꼈을 것입니다.
그리고 아빠는 물론 세상 그 누구와도 나눌 수 없는 이 슬픔을 통해
자신이 슬픔은 스스로 극복해야 한다는 숙제를 떠안은 고독하고 독립적인 인간임을 깨달았을 것입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부터 세상 앞에 홀로 선 세실의 진짜 성장이 시작될것입니다.
인간은 살면서 누구나 이런 혼자만의 슬픔을 맞는 순간이 오고
이 순간을 통해 우리는 독립된 인간으로 성장합니다.
성장은 곧 슬픔이고 외로움이다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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