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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소설의 고전으로 불리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 노르웨이의 숲>

by 꽃바구니 2023. 10.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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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책소개

2000년대 후반부터 매년 꾸준히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작가 무라카미아루비는
1949년에 일본 교토에서 태어나 국어 교사인 부모님 아래서 책을 가까이 하며 성장합니다.
명문대인 와세다 대학에 입학해서 재즈와 술에 심취하게 되고,
졸업 전에 '피터켓이라는 재즈발을 직접 차리게 됩니다.
그는 7년간 재즈바를 운영하며 소설을 집필하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같은 초기작이
성공을 거두면서 전업 작가의 길을 걷게 됩니다.
재즈바 사장 출신답게 그의 작품 속에는 음악에 대한 많은 얘기들이 등장하는데,
30대 후반인 1987년에 발표한 이 작품도 비틀즈의 노래 노르웨이의 숲에서 제목을 따온 것입니다.
상실의 시대는 일찍부터 가까운 이들의 죽음이나 상실을 경험한 청춘들이
어떻게 그 상실을 극복해 가는지, 혹은 무너져가는지를 보여주는 청춘 소설이자 연애 소설입니다.

2.줄거리

와타나베는 고베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조용한 학생으로,
기즈기라는 유일한 절친과 기즈키의 오랜 여자친구 나오코와 자주 어울립니다.
그런데 총명하고 유복했던 기즈키가 어느 날 자기 집 차고에서 자살을 합니다.
유서도 자살 동기도 없는 갑작스러운 죽음이었습니다.
어린 나이에 절친의 충격적인 죽음을 경험한 와타나베는 세상 사람들에 대한 마음의 문을 굳게 닫아버립니다.
사람들은 기즈키처럼 언제든 갑자기 떠나버릴 수 있다고 생각됐기 때문에
또 다른 상실의 아픔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 했던 것입니다.
1년 뒤, 와타나베는 도쿄에 있는 대학에 진학해 외토리 같은 생활을 하는데
어느 날 거리에서 기즈키의 애인인 나오코를 제외하게 됩니다.
기즈키의 죽음이라는 트라우마에 함께 묶여 있는 두 사람은 주말마다 만나
아무런 목적도, 대화도 없이 해가 저물 때까지 낯선 거리 곳곳을 함께 걸어다닙니다.
와타나베는 아름다운 나오코를 통해 기지키의 죽음 이후 굳게 닫혀 있던 마음의 문을 열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나오코는 자신이 아닌 죽은 기즈키만을 생각하고 있는 듯해 질투와 외로움을 동시에 느낍니다.
그리고 이 외로움을 일시적으로나마 해소하기 위해
클럽에 다니는 기숙사 선배와 어울리며 여자들과 수시로 원나잇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다 나오코의 20살 생일이 되고
와타나베는 기즈키를 그리워하며 오는 나오코를 안고 달래주다가 그녀와 관계를 맺고 맙니다.
나오코는 이것이 남자와의 첫 경험이었습니다.
사실 나오코에게는 비밀이 있었는데
그녀는 과거에 수차례 기집기와 관계를 가지려 시도했지만
그녀의 질이 젖지 않아서 관계를 맺을 수 없었습니다.
그녀는 초등학교 때 친언니의 자살을 목격한 이후
누구와도 완벽히 가까워질 수 없는 불완전한 심리적, 육체적 상태에 놓여 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처음으로 관계에 성공하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그날 밤 이후, 나오코는 갑자기 도쿄에서 사라져버립니다.
사라진 나오코의 연락을 기다리는 와타나베 앞에 어느 날 미도리가 나타납니다.
미도리는 와타나베와 같은 수업을 듣는 짧은 머리의 발랄한 여학생이었는데
와타나베의 외토리 같은 모습에 호기심이 생겨 그에게 노트도 빌리고, 집에도 초대하며 친근하게 굽니다.
그녀 역시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도 병원에서 투병 중인 외로운 처지였기 때문입니다.
평생 장사로 바쁜 부모 밑에서 애정 결핍에 시달렸던 미도리는 말합니다.
''내가 바라는 건 그저 내 마음대로 하는 거야.
가령 지금 내가 자기에게 딸기 쇼트케이크를 먹고 싶다고 하면
자기는 모든 걸 집어치우고 그걸 사러 달려가는 거야.
그리고 헐레벌떡 돌아와서 자, 미도리, 딸기 쇼트케이크야 하고 내밀겠지.
그러면 나는 흥, 이런 건 이제 먹고 싶지 않아.
그러면서 그걸 창밖으로 휙 내던지는 거야.
그럼 난 상대방 남자가 이렇게 말해주면 좋겠어.
알았어 미돌이 내가 잘못했어.
니가 곧 딸기 쇼트케이크가 먹고 싶지 않게 되리라는 걸 짐작했어야 했는데
내가 당나귀 똥만큼이나 바보스럽고 무신경했어.
사과할 겸 다시 한 번 뭔가 다른 걸 사다 줄게.
뭐가 좋아? 초콜릿 무스 아니면 치즈 케이크?
내가 바라는 완벽한 사랑은 이런 거야. ''
와타나베는 애정 결핍에서 오는 외로움 때문에

변덕스럽고 탐욕스럽게 사랑을 갈구하는 미도리가 사랑스럽게 여겨집니다.
그래서 얼떨떨해 함께 있던 미도리에게 키스를 하지만 미도리는 자신에겐 남자친구가 있다고 말하고,
와타나베도 나오코를 떠올리며 자신에게는 좋아하는 다른 사람이 있다고 말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도리는 와타나베를 술집이나 아버지의 병원등
자신이 가고 싶은 곳으로 마음대로 끌고 다니며 적극 다가섭니다.
와타나베는 어느 날 나오코가 교토의 산속 요양소에서 지내고 있다는 편지를 받게 되고,
즉시 요양소로 가서 나오코와 나오코의 룸메이트인 레이코를 만나게 됩니다.
세상과 동떨어진 이곳에서 나오코는 와타나베에게 자신의 불안전함에 대해 털어놓습니다.
초등학교 때 언니의 자살을 목격한 후 자신은 정서적으로 불완전한 인간이 되었고,
질이 젖지 않아 기즈키와 한 번도 정상적인 성관계를 갖지 못했다고 고백합니다.
사실 나오코는 자신이 와타나베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제대로 된 관계를 맺은 후,
그 순간이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걸 알기에 속으로 무너져 내리고 있었습니다.
연약했던 나오코는 와타나베와의 정상적인 경험을 통해
오히려 자신의 불완전성을 그리고 기즈키와의 관계의 불완전성을 더욱 크게 절감하고 있었습니다.
요양소에서 와타나베는 다시 한 번 나오코와 사랑을 나누려고 시도했지만,
그녀의 질은 여느 때처럼 말라 있었고, 나오코의 손과 입을 통해서만 사정할 수 있었습니다.
와타나베는 나오코의 불완전한 모습을 절감하면서도
그녀의 정신이 회복되면 나아질 거라 믿습니다.
그래서 나오코에게 요양소를 나오면 함께 살자고 제안합니다.
하지만 나오코는 타인과 온전한 사랑을 나눌 수 없는 자신의 상태를 잘 알기에
요양소를 떠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었습니다.
얼마 뒤, 와타나베는 요양소에 있는 나오코의 상태가 크게 나빠지고 있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그는 죽은 기즈기를 떠올리며 다음과 같이 생각합니다.
''이봐 기즈기 난 그녀를 절대로 버리지 않을 생각이다.
왜냐하면 나는 그녀를 좋아하고, 그녀보다는 내가 강하기 때문이야.
그리고 난 지금보다 강해질 거야. 그리고 성숙해질 거야.
어른이 되는 거야. 난 책임이라는 걸 느낀다."
와타나베는 나오코를 놓지 않으려는 책임감을 통해
자신의 고뇌에만 몰두했던 17살 소년에서 20살 어른으로 성장해가고 있던 것입니다.
한편, 미도리는 어느 날 와타나베에게 자신이 와타나베를 좋아하는 마음 때문에 남자친구와 헤어졌다고 고백합니다.
그리고 와타나베도 나오코에 대한 책임감과는 별개로
자신은 미도리를 오래전부터 사랑해오고 있었다는 걸 깨닫습니다.
와타나베는 이런 복잡한 삼각관계에 대한 고민을 나오코의 요양소 룸메이트인 레이코에게 편지로 보냅니다.
그리고 레이코는 다음과 같은 답장을 보내옵니다.
"우리는 불완전한 세계에 살고 있는 불완전한 인간들이야.
자로 길이를 재고, 각도기로 각도를 재며, 은행 예금처럼 그렇게 융통성 없이 살아나갈 수 없어.
두 여자에게 동시에 마음이 끌리는 건 죄도 아무것도 아니야.
이 드넓은 세상에 흔히 있는 일이니까.
와타나베는 누구도 염려하지 말고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면 그 기회를 놓치지 말고 행복해지도록 해.
내가 경험해봐서 하는 말이지만 그런 기회란 인생에 두세 번밖에 없고, 놓치면 평생 후회하게 되거든."
그해 여름, 상태가 악화되어 환청과 정신분열에 시달리던 나오코는 요양소의 숲에서 끝내 목을 매고 맙니다.
나오코의 죽음에 충격을 받은 와타나베는 한 달간 지명도 알 수 없는 낯선 지역들을 정처 없이 떠돌며 방황합니다.
그리고 겨우 도쿄로 되돌아온 와타나베에게 나오코의 룸메이트였던 레이코는 말합니다.
"나오코의 죽음과는 별개로 미도리와 둘이서 행복해져야 해.
당신의 아픔은 미도리와는 관계가 없으니까
그 아픔 때문에 미돌이를 괴롭히거나 상처 입혀선 안 돼.
그러니까 괴롭겠지만 강해지라고 좀 더 성장해서 어른이 되어야 하는 거야."
레이코는 과거의 아픔에 얽매여 현재의 삶을
그리고 현재의 관계를 저버려선 안 된다고 말해주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게 바로 소년이 아닌 어른의 태도라고요.
그리고 와타나베는 근처 공중전화 부스로 가서 미도리에게 전화를 겁니다.
오랜 시간 연락이 두절되어 있던 와타나베에게 미도리는 화가 나 있었지만,
와타나베는 너와 할 이야기가 너무 많다고,
이 세상에서 너 말고 내가 원하는 건 아무것도 없다고
모든 걸 너와 둘이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다고 두서없이 말을 쏟아냅니다.

 

3.마무리

와타나베 마음속에는 여전히 회복하기 힘든 크나 큰 상실의 상처가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마도리는 존재에 대한 책임을 통해 그는 무너지지 않고 다시 세상 속에 뛰어들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결국 와타나베와 미도리는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상실의 아픔을 치유하며 성장해 갔지만
불완전한 관계밖에 맺을 수 없는 나오코는 끝내 상실의 아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습니다.
이를 통해 하루끼는 타인과 온전한 관계를 맺고 사랑을 나누는 것이
우리가 상실의 아픔을 극복하는 데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를 말해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누군가의 친구 혹은 누군가의 연인이 되지 않으면 성장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타인과의 관계와 사랑 속에서 책임감을 배우고
삶의 연속성을 배우고, 고통을 극복하는 법을 배우고 그렇게 어른이 되어가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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