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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시대 수도원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추리 소설 <장미의 이름>

by 꽃바구니 2023. 10.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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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시대 수도원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추리 소설 <장미의 이름>

1. 작가 및 책소개

움베르토 에코는 20세기 최고의 지성이라 불리던 작가이자 기호학자, 철학가, 평론가입니다.
1932년에 이탈리아에서 태어난 그는 9개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었고
자신이 교수로 재직했던 대학 도서관의 모든 책의 위치를 기억할 정도로 기억력이 비상했다고 합니다.
그는 평생을 기호학 연구에 바쳤으면서도 죽어 있는 기호보다
살아 움직이는 만물의 변화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변화 속에서 과거의 지식과 질서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기도 하죠.
그는 내가 현재 절대적으로 옳다고 믿는 지식과 질서는 언제든 역사 속으로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하고
새로운 변화 앞에 늘 깨어 있어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그가 1980년에 발표한 소설 장르의 이름은 신앙 중심의 중세에서
인간과 자연과학 중심의 근대로 넘어가는 시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작품 안에는 시대의 변화 앞에서도 신 중심의 중세적 세계관을 지켜야 한다는

맹목적인 신념에 사로잡힌 노수도사가 등장합니다.
그는 신앙심을 무너뜨릴 수 있는 새로운 지식을 이단으로 취급하며,
이 지식의 전파를 막기 위해 파국으로 치닫습니다.
작가는 이렇게 변화를 등지고
자신의 신념만이 진실이라고 믿는 태도가 얼마나 위험하고 어리석은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2. 줄거리

깊은 산중에 있는 베네딕트회 수도원은

전 세계 각국에서 수집된 수많은 희귀한 서책들이 보관된 장서관으로 유명했습니다.
하지만 수도사들이 자유롭게 다양한 지식을 접하면 잘못된 세계관과 종교관을 갖게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일반 수도사들의 장서관 출입은 철저히 금지되어 있었습니다.
수도원장 다음으로, 직책이 높은 장서관 사서만이 장서관을 자유롭게 출입하며
수도사들이 대출을 원하는 책을 갖다 줄 수 있었습니다.
혹시라도 수도사들이 몰래 장서관에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장서관은 외부로 드러나지 않는 복잡한 설계도에 따라 지어져 있었고
사서들만이 전임 사서로부터 이 미로 같은 장서관을 돌아다니는 법을 전수받고 있었습니다.
이 장서관 아래에는 수도사들이 서책에 대한 채식이나 번역 작업을 하는 문서 사자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이 문서 사자실에서 작업을 하던 채식사 아델모와 번역사 베난티오가 잇따라 시체로 발견됩니다.
수도원이 발칵 뒤집힌 가운데 얼마 뒤 수도원에서 열릴 회담을 위해 방문한
박식한 수도사 윌리엄이 사건의 조사관으로 임명됩니다.
그는 한때 이단 심판관으로 전국을 누볐었는데
자신의 신념에 과몰입하는 모습은 진짜 종교인이든 이단 아이든 똑같다는 사실에 회의를 느껴
심판관을 그만둔 경력이 있었습니다.
그는 자신만의 신념에 과몰입하지 않기 위해
바깥의 자연과학의 세계를 열린 눈으로 관찰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윌리엄은 곧 죽은 수도사들의 공통점을 발견합니다.
채식사 아델모는 죽기 전에 성서의 시편을 우스꽝스러운 우화 형식으로 작업하고 있었고,
번역사 베난티오는 그리스어 우화집을 번역하고 있었습니다.
두 사람 모두 웃음이 엄격히 금지된 수도원에서
웃음을 유발하는 우화와 관련된 작업을 할 만큼 호기심 많고 진보적인 성격이었던 것입니다.
윌리엄은 수도원의 최고령자이자 장님인 호르헤 수도사가
이 두 젊은 수도사들의 우화 작업을 강력하게 비난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주목합니다.
호르의 수도사는 웃고 장난치는 인간적인 행위는 하느님의 세계를 위협한다고 공공연히 경고하고 있었습니다.
윌리엄은 문서 사자실에 자주 드나들던 다른 수도사들을 신문하다가
죽은 아델모가 장서관의 비밀을 캐내기 위해 최근 보조사서 베렌가리오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고
그 후 죄책감에 시달려 자살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아델모는 죽기 직전에 자신처럼 호기심 많던 번역사 베난티오에게 장서관의 비밀에 대해 털어놓았고
비밀을 알게 된 베난티오는 지금 싸늘한 시체로 변해 있었습니다.
윌리엄은 수도사들의 죽음과 관련이 있을 장서관의 비밀을 캐기로 결심합니다.
그래서 전직 보조사서였던 한 노수도사의 도움을 받아 장서관으로 들어가는 비밀 입구를 알아냅니다.
그리고 그날 밤 조수 아드소와 함께 장서관의 미로 안으로 들어갑니다.
맨 처음에 창이 하나도 없는 7면 벽실이 나타났고 각각의 벽의 문을 열면
그 방은 또 다른 방과 끝없이 연결된 미로 같은 구조였습니다.
어떤 방에는 자신의 모습을 거대한 유령처럼 착각하게 만드는 대형 거울이 설치돼 있었고
어떤 방에는 정신을 잃고 환각 상태에 빠지게 하는 약초가 피워져 있었습니다.
누군가가 몰래 장석 안에 들어와도 무시무시한 공포와 환영에 시달려 혼비백산하도록 설계되어 있던 것입니다.
윌리엄은 지식을 전파해야 할 장서관이 지식을 감추기 위해 이런 교묘한 장치들을 두고 있다는 사실에 혀를 찹니다.
윌리엄과 아드소는 기지를 발휘해 처음 보는 문과 이미 지나친 적이 있는 문에 서로 다른 기호를 표기해 가며
겨우겨우 미궁 같은 장서관을 다시 빠져나옵니다.
그들은 이 미로 같은 장서관이 깊숙이 감춰두고 있는 것은 무엇일지 더욱 궁금해집니다.
며칠 뒤 죽은 아델모에게 장서관의 비밀을 알려줬던 보조사서 베른가리오가 욕조 안에서 익사체로 발견됩니다.
시신의 가운데 손가락과 혀는 까맣게 변해 있었죠.
베렌가리오는 죽기 직전, 약초사 세베리노의 시약소에 어떤 서책을 갖다 두었는데
서책을 보관하고 있던 세베리노도 시약소 안에서 머리를 얻어맞은 시체로 발견됩니다.
서책을 원하는 누군가의 사주를 받고 죽은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서책을 다시 장서관에 갖다 두려고 회수해 간 장서관 사서 말라키아 역시
다음 날 합창 시간에 갑자기 쓰러져 숨을 거둡니다.
그의 손가락 세 개와 혀도 역시 까맣게 변해 있었습니다.
윌리엄은 이 세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한 저 책이 번역사 베난티오가 죽은 직후,
그의 작업대 위에 놓여 있던 그리스어 서책일 거라고 직감합니다.
윌리엄이 그 서책에 대해 조사하기도 전에
누군가가 쏜살같이 치워버려 서책의 행방이 묘연해진 상태였습니다.
윌리엄은 이 서책이 바로 저 미로 같은 장서관이 품고 있는 가장 큰 비밀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이 와중에 수도원에서는 당시 첨예하게 대립하던 교황파 수도사들과 황제파 수도사들 간의 회담이 열리고
양측은 살인 사건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들의 신념에 위배되는 것은 이단으로 규정해야 한다며 추상적인 이단 설정만 벌입니다.
그러다 무고한 수도사들을 범인이자 이단으로 몰아 고문하고 처형하기까지 합니다.
진실은 외면한 채 서로 다른 것을 이단으로 치부하기에 바빴던 중세시대 종교인들의 모습을 비판하는 대목입니다.
윌리엄과 아드소는 죽은 번역사 베난티오가 남긴 암호를 해독하다가
문제의 서책이 장서관에 아프리카의 끝이라는 밀실에 있다는 것을 알고 그곳으로 갑니다.
그리고 거기서 희미한 등잔불빛 아래 앉아 있는 장림 수도사 호르헤를 발견합니다.
윌리엄은 최근 장서관을 지키는 전직 사서들의 이력을 조사하다가
호르헤가 수십 년 전에 이 장서관의 사서였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호르헤는 눈이 멀어가면서 더 이상 장서관을 다스릴 수 없게 되자
자신이 마음대로 부릴 수 있는 멍청한 꼭두각시 사서들을 내세워 여전히 뒤에서 장서관 주인 노릇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신성한 하느님의 나라를 지키는 지식의 검열자라는 맹목적인 믿음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서책의 도입을 막고 이단적인 서책은 철저히 감춰
수도원 안에 어떠한 변화도 일어나지 않게 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던 것입니다.
호르헤가 눈먼 장님으로 설정된 것도 눈앞에 새로운 변화를 보지 못하고
과거의 신념에만 집착하는 인물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최근 문제의 서책인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제2권이 호르헤를 흔들리게 했습니다.
사실 이 책에 등장하는 시약 제2권은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책입니다.
실존하는 시학은 당시 그리스인이 즐기던 비극의 기능과 역할을 다루고 있는데
이 책의 도입부에서 아리스토텔레스가 희극에 대해서도 나중에 말해보기로 하자라는 말을 했기 때문에
희극에 대해 다룬 시학 제2권이 존재했을지도 모른다는 추측이 종종 제기되어 왔습니다.
움베르토 에코는 바로 이 시학 제2권이 실제 하는 것처럼 등장시킨 것입니다.
이 책은 작가인 아리스토텔레스가 자연과학을 중시했다는 점에서
그리고 작품의 내용이 인간적인 웃음에 대해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중세 시대를 벗어나 자연과학과 인간 중심의 시대가 도래함을 알리는 상징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바로 이러한 상징성 때문에 호르헤는 이 책을 하느님의 세계를 위협하는 이단으로 규정하고
오랫동안 장서관에 가장 깊숙한 밀실에 감춰뒀던 것입니다.
하지만 최근 새로운 지식을 갈망하는 수도사들 사이로 이 책의 위치가 새어 나가자
그는 측근을 통해 책장에 치명적인 독을 묻혀둡니다.
이 책을 손에 넣게 된 수도사들이 손에 침을 묻혀가며 책장을 넘기다 죽게 만든 것입니다.
죽은 수도사들의 손가락과 혀가 독 때문에 까맣게 변해 있던 것도 이 때문입니다.
호르헤는 이미 사건의 진실을 파악한 윌리엄의 눈앞에서
독이 묻은 서책의 책장을 찢어 삼키며 책을 완전히 파괴하려 합니다.
이를 막으려는 윌리엄과 실랑이를 벌이다 호르에는 등잔불을 칩니다.
그리고 양피지에 옮겨 붙은 불길은 순식간에 번져 장서관을 그리고 수도원 전체를 집어삼키기 시작합니다.
서책과 호르헤는 그 불길 속에서 영원히 사라지고 맙니다.
마지막에 간신히 장석원의 불길을 빠져나온 윌리엄은 아드소에게 말합니다.
''가짜 그리스도는 하느님이나 진리에 대한 지나친 믿음과 사랑에서 나올 수도 있는 것이다.
진리에 대한 지나친 집착에서 우리 자신을 해방시키는 일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쫓아야 할 궁극적인 진리가 아니겠느냐? ''
아드소가 윌리엄의 질서 정연한 추론 덕에 이 복잡한 사건을 해결할 수 있었다고 말하자
윌리엄은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우리가 상상하는 질서란 그물 아니면 사다리와 같은 것이다.
목적을 지닌 질서이지.
그러나 고기를 잡으면 그물을 버리고 높은 데 이르면 사다리를 버려야 한다."

3. 마무리

우리가 맹목적으로 지켜내야 할 영원한 질서 영원한 진리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언제고 세상의 변화 앞에서 우리가 지금 당장 질서와 진리라고 믿는 것들을 버릴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우리는 더 높은 곳, 더 넓은 곳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 우리는 내 머릿속을 꽉 채운 변치 않는 신념보다
눈앞에 피어난 한 송이 장미의 변화에 더 집중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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