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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기 필독서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by 꽃바구니 2023. 10.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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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작가 및 책 소개

이 책은 총탄 앞에 수많은 젊은이들의 꿈과 이상이 허무하게 쓰러지던 1차 세계대전 중에 쓰였다가
전쟁 직후인 1917년에 발간된 책입니다.
전쟁이라는 파괴적 상황 속에서 기성세대의 낡은 이념은 무너졌고 몸과 마음을 다친 청춘들은 갈 곳을 잃었고
모두가 전쟁의 상처와 폐허를 딛고 새로운 세계를 건설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였습니다.
이런 혼란의 시대에 이 책은 파괴된 세계를 딛고 자신만의 꿈과 소망을 찾아 나선 주인공 싱레어의 모습을 통해
길을 잃은 사람들 무너지는 세계를 경험한 사람들이 어떻게 길을 찾아 나서야 하는지를 보여주며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헤르만헤세는 1877년에 독일 남부의 신악가 집안에서 태어났는데
인도에서 선교 활동을 했던 외조부의 영향을 받아
젊은 시절에 인도, 말레이시아, 스리랑카 등 동양권 국가를 여행하며
동양 문화와 불교 사상에도 심취합니다.
이후 그는 특정 종교나 문화에 국한되지 않는 다양성을 가진 세계관을 선보이게 됩니다.
소설가로 본격 활동하던 헤세는 아들과 아내의 정신질환으로 인한 가정생활의 실패
그리고 전쟁에 반대하는 자신을 향한 독일 강경파 여론의 압박 등으로 본인도 평생 우울증과 정신질환에 시달립니다.
정신분석학의 거장인 칼 융을 만나 치료를 받다가 사회에서 강조하는 사회적 자아가 아닌
자기 내면의 무의식에 숨어 있는 진짜 자아를 찾는 것이 삶의 목표라는 정신분석 이론을 접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를 자신의 문학 작품에도 반영하게 되며
그래서 데미안, 싯다르타 같은 헤스의 대표작들에는 늘 세상을 등지고 자신만의 길을 찾는 구도자들이 등장합니다.
하지만 개별적인 노선을 강조하는 이런 헤스의 작품 세계는 전체주의를 강조하는 독일 나치 체제 하에서 핍박을 받게 되고
결국 그는 중년에 스위스로 망명해 은둔의 삶을 살게 됩니다.
그러다 나치즘이 붕괴된 1946년에 나치즘에 대한 저항 문학가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그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게 됩니다.
데미안에는 세상이 규정한 성과 악의 세계를 뛰어넘어 자신만의 제3의 세계를 찾아 나서는

싱클레어라는 인물이 등장하는데
작가는 이 제3의 세계는 성과 악, 이성과 본능 등 모든 이분법적인 경계가 사라지는 카우스적 세계이고
용기를 갖고 이 카오스적인 세계를 경험하는 사람만이 진정한 자기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2. 줄거리

라틴어 학교에 다니는 10살 소년 싱클레어에게 세상은 부모님의 사랑, 깨끗이 씻은 손과 옷가지
신앙과 규범이 있는 선의 세계와 술 취한 부랑자, 지저분한 음식,

거짓과 폭력이 있는 집 밖의 악의 세계로 나뉘어 있었습니다.
싱클레어는 사람은 항상 선의 세계에만 머물러야 한다고 굳게 믿고 있었는데
어느 날 우연히 동네 불량배 소년 크로머와 어울리다가 자신이 방앗간집 사과를 훔쳐냈다고

허세스러운 거짓말을 하게 됩니다.
그러자 크로머는 "어 방앗간 집에서 사과 도둑 신고하면 이마르크 준댔는데 나 너 신고해야겠다"라고 으름장을 놓습니다.
싱클레어는 이를 말리기 위해 이후 크로머의 노예가 됩니다.
그의 심부름을 대신하고, 걸핏하면 집에서 돈을 훔쳐 그에게 갖다 줍니다.
싱클레어는 이제 자신이 선의 세계에서 멀어져 악의 세계로 들어섰다고 생각하며 죄의식과 수치감에 사로잡힙니다.
이 무렵, 학교에 데미안이란 어른스러운 학생이 전화 오는데
데미안는 뭔가 피치 못할 악행을 저지르고 죄의식에 사로잡혀 있는 듯한 싱클레어를 눈여겨보다가
"싱클레어, 남다른 의지와 힘을 가진 사람은 겁쟁이들 눈에 악행으로 보이는 것도 저지를 수 있어
하지만 겁쟁이들이 바라는 대로 죄의식에 시달려선 안 돼''라고 말해줍니다.
이는 남들이 악행이라고 말하는 것을 저지르면

항상 벌을 받아야 한다는 선생님이나 부모님의 가르침과는 다른 것이었습니다.
선과 악이 모두 공평하게 존중받는 제3의 세계를 믿는 듯한 데미안는 이렇게 말합니다.

"난 우리가 모든 걸 존중하고 거룩하게 여겨야 한다고 생각해.
인위적으로 반으로 나눈 다음, 공식적으로 인정한 절반만이 아니라 세계 전체를 말이야."
싱클레어는 이런 데미안에게 자신이 한 거짓된 행동과 크로머의 괴롭힘에 대해 고백하고
데미안의 알 수 없는 조치 덕분에 크로머는 어느 날부턴가 더 이상 데미안을 괴롭히지 않게 됩니다.
싱클레어는 데미안 덕분에 악의 세계에서 벗어나게 됐지만
선과 악을 모두 존중하라는 데미안이 뭔가 이교도 같다고 생각돼서
감사를 표하기는커녕 거리를 두며 지냅니다.
시간이 흘러 10대 중반이 된 싱클레어는 집을 떠나 다른 도시에 있는 기숙사 학교에 가게 되는데,
이 무렵 그는 다른 10대 소년들이 그렇듯, 사랑과 여자와 성에 대한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 차게 됩니다.
하지만 이를 행할 용기가 없던 그는 술집에 다니는 친구들과 어울리다가
곧 술독에 빠져 사는 문제아로 전락하게 됩니다.
예전에 그는 크루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악의 세계에 끌려들어 갔지만
이번에는 성에 대한 호기심을 억누르기 위해 스스로 술의 힘을 빌려 악의 세계에 빠져든 것입니다.
그러다 공원에서 만난 한 우아한 소녀를 보고 첫눈에 반한 그는 우아한 그녀에게 걸맞은 사람이 되기 위해
다시 스스로 방탕한 악의 세계를 탈출해 모범적인 선의 세계로 돌아가기로 결심합니다.
그리고 그는 며칠에 걸쳐 자신이 사랑에 빠진 소녀의 모습을 그리는데
완성된 그림 속에서 남자 같기도 하고, 여자 같기도 하고,
악인 같기도 하고, 선인 같기도 한 신비로운 모습을 보게 됩니다.
그리고 이 그림 속 인물이 선인 같기도 하고 악인 같기도 하던 자신의 옛 친구 데미안의 모습과 닮았다고 생각합니다.
또 선하기도 하고 악하기도 한 자신의 운명의 모습과도 닮았다고 생각합니다.
싱클레어가 그린 그림은 선과 악의 세계를 모두 경험한 싱클레어가
이제 과거에 데미안이 말했던 성과 악의 경계가 사라지는 제3의 카우스적 세계로 들어서고 있음을 말해준 것입니다.
헤세를 치료하던 정신분석가 칼 융은 그림을 통해 자신의 무의식이 건네는 말을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었는데
싱클레어도 이처럼 그림을 통해 자신의 무의식과 소통한 것입니다.
싱클레어는 다음과 같이 생각합니다.

'사랑은 천사의 모습이며, 악마이고, 하나가 된 남자이며, 여자이고,
인간이며, 동물이고, 최고의 선이며, 극단적인 악이었다.
이를 겪는 것이 내게 주어진 일이었고, 이를 맛보는 것이 내 운명이었다.'

그리고 싱클레어는 어느 날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거대한 알을 깨고 나오려는 새의 그림을 그려 데미안에게 편지로 부칩니다.
이 그림을 통해 자신이 알로 상징되는 정형화된 이분법적 세계를 벗어나려 하고 있음을 알려주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며칠 뒤 싱클레어는 데미안에게서 다음과 같은 답장을 받습니다.
'새는 힘겹게 투쟁하여 알에서 나온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라삭스다.'

아브라삭스는 선한 면과 악마적인 면을 동시에 지닌 신을 뜻하는 말이었죠.
대학에 가게 된 싱클레어는 우연히 알게 된 오르간 연주자 피스토리우스와 가깝게 지내는데,
그는 알을 깨고 나갈 준비는 됐지만
여전히 어디를 향해야 할지 몰라 방황하던 싱클레어에게 외부 세계의 가르침을 따르지 말고
자기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를 들으며 나아가라고 독려하는 멘토 역할을 합니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영혼 안에서 목소리가 말을 시작하면, 그 소리에 자신을 완전히 내맡기고, 그것이 선생님인 아버지
또는 그 어떤 신에게 어울리는 일일까 묻지 말게.
그런 질문은 자신을 망칠 뿐이니까 그 무엇도 두려워해선 안 돼.
우리 안에서 영원히 소망하는 그 무엇도 금지된 것으로 여겨선 안 되네."

그러면서 피스토리우스는 여자와의 사랑이 하고 싶다면
사랑이 두렵다고 피하지 말고, 오히려 두려움이라는 금기를 깨라고 말합니다.
싱클레어는 피스토리우스를 통해
인간에게 주어진 진정한 소명은 내면에서 들려오는 자신의 소망에 귀 기울이고
그에 따라 사는 것이라고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싱클레어는 어느 날 거리에서 오랫동안 다시 보고 싶던 데미안을 재회하게 되는데,
데미안의 집에 갔다가
최근 자신의 꿈에 자주 등장하는 여인과 똑 닮은 데미안의 엄마 에바부인을 만나고 첫눈에 반합니다.
데미안을 애타게 찾던 싱클레어의 무의식이
스스로를 운명적 친구인 데미안과 운명적 사랑인 에바부인 앞으로 데려다준 것을 통해
헤세는 무의식이 얼마나 강력한 힘으로 우리를 우리가 꿈꾸는 것 앞으로 데려다줄 수 있는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에바부인도 이런 무의식의 힘을 믿고 있었고 어느 날 자신에게 반해 있는 싱클레어에게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밤하늘의 별을 너무나 사랑했던 한 청년은
어느 날 밤 바닷가 높은 낭떠러지 위에 서서 별을 바라보며 별을 향해 허공으로 뛰어올랐죠.
뛰어오르는 순간에도 '하지만 이 사랑은 불가능해, ' 하는 생각이 번개처럼 그를 스쳐 지나갔어요.
그리고 그는 해변에 떨어져 부서졌죠.
그는 사랑할 줄 몰랐던 거예요.
뛰어오르는 순간에 영혼의 힘을 다해 사랑의 시련을 믿었더라면
그는 하늘로 날아올라 별과 하나가 되었을 거예요."

싱클레어는 친구의 엄마를 사랑한다는 금기를 깨고 에바부인을 사랑하고
에바부인은 싱클레어가 세상의 편견과 금기를 깨고
자신의 내면의 소리를 따르는 것을 가르쳐주는 상징적 인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곧 1차 세계대전이 터지고 데미안과 싱클레어는 에바부인의 곁을 떠나 전쟁터로 가게 됩니다.
어느 날 밤, 외로운 전쟁터에서 데미안을 생각하던 싱클레어는 폭탄을 맞게 되고
다음 날 야전병원에서 옆에 누워 있는 데미안을 만납니다.
데미안은 말합니다.
"꼬마 싱클레어, 잘 들어
나는 가야만 해. 너는 어쩌면 다시 내가 필요할지도 몰라.
크로머나 다른 어떤 것에 맞서기 위해서 말이지.
그럴 때 너는 니 안에 귀를 기울여야 해.
그럼 내가 네 안에 있음을 알게 될 거야. "

다음 날 깨보니 데미안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고,
전쟁 이후 파괴된 세상 속에서도 의연하게 자신의 내면의 소리에 따라 자신만의 길을 가던 싱클레어는
이따금씩 내면의 거울을 통해 데미안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3. 마무리

헤세는 데미안이 싱클레어의 또 다른 진짜 자아라는 말을 했는데
우리 안에도 우리의 발견을 기다리는 진짜 자아가 숨어 있을 것입니다.
그 진짜 자아는 우리가 남들의 시선과 편견과 금기로 가득한 세계를 깨부수고
날아오를 준비가 되었을 때 우리를 찾아옵니다.
그리고 푸른 하늘은 알을 깨는 힘겨운 투쟁을 감내한 사람들만의 몫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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