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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스런 꼬마 악동 제제의 슬프고 아름다운 동화 <나의라임오렌지 나무>

by 꽃바구니 2023. 10.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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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작가소개

조제 마우로 데 바스콘셀로스는 1920년에 브라질의 한 빈민가에서 태어났고
어린 시절 내내 극심한 가난에 시달리며 권투강사 바나나 농장 인부 초등학교 교사 등 여러 직업을 전전하다가
20대 초반부터 생계를 위해 작가 생활을 했고
49살에 자신의 자전적 성장 스토리를 담은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를 발표하며
브라질의 국민작가 반열에 오르는 큰 성공을 거두게 됩니다.
이 작품은 가족과 이웃들의 미움과 학대를 받는 5살짜리 악동 소년 제제가
자신과 진정으로 소통을 나눌 대상을 찾아 나서며 성장해 가는 얘기를 담고 있습니다.
작가는 제제의 모습을 통해
한 인간이 삶을 제대로 살아가기 위해서 이해와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2. 줄거리

5살 소년 제제는 실직한 아빠를 대신해 공장에 나가 돈을 버는 엄마와 누나들
그리고 형과 동생과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여덟 달치 집세마저 밀려 있는 가난한 가정환경 때문에 제제의 가족들은
그에게 무언가를 가르치거나 도란도란 얘기를 나눌 여유가 없었고
제제는 걸핏하면 집 밖에서 크고 작은 사고를 일으키며 매를 맞고 다니는 동네 악동으로 이름을 날립니다.
가족과 마을 사람들은 어린 제제 안에는 악마가 살고 있다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제제는 자신 안에는 노래하는 작은 새가 살고 있어서
늘 자기만 들을 수 있는 노래를 불러준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제는 어느 날 이웃집 실직자 아저씨에게 그 새에 대해 말하며 다음과 같은 대화를 나눕니다.

"그게 뭔지 아니?
네가 잘하고 있다는 증거란다. 커가면서 네가 속으로 말하고 보는 것들을 생각이라고 해.
생각이 생겼다는 것은 너도 이제 곧 내가 말했던 철드는 나이가 되었다는 걸 말해.
그땐 기적 같은 일들이 일어나지. 생각이 자라고 커서 우리 머리와 마음을 모두 돌보게 돼.
생각은 우리 눈과 인생의 모든 것에 깃들게 돼."
그럼 작은 새는요?
"작은 새는 어린애들이 여러 가지 일들을 배우는 걸 도와주려고 하느님이 만드신 거예요.
그래서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을 때는 그걸 하느님께 돌려드려야 해.
그러면 하느님은 그 새를 너처럼 영리한 다른 꼬마에게 넣어주시지.
아주 멋진 일 아니니?"

집세가 밀렸던 제제의 가족들은 새 집으로 이사하게 되는데
제제는 새 집 뒷마당에 있는 라임 오렌지나무 아래 앉아 있다가
문득 그 나무가 자신만 들을 수 있는 소리로 말을 건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나무는 말합니다.
"어떤 요정이 말해주었어.
너처럼 작은 꼬마와 친구가 되면 말도 하게 되고 아주 행복해질 거라고 말이야.
제제는 라임 오렌지 나무에게 '밍기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그 뒤로 매일 그에게 자신이 겪은 일들을 들려주며 함께 시간을 보냅니다.
척박한 현실 때문에 제재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줄 여유가 없는 가족들을 대신해
뒷마당의 라임 오렌지 나무가 제제의 유일한 소통의 상대가 되어주기 시작합니다.
어느 날, 제제는 밍기뉴에게 가서 하늘에 아주 예쁜 구름이 하나 지나갈 때를 같이 기다리다가
자신 안에 있는 노래하는 작은 새를 풀어주자고 말합니다.
그리고 잎사귀 모양의 크고 잘생긴 구름 하나가 다가오자 벌떡 일어나 셔츠를 열고 외칩니다.

"내 작은 새야 훨훨 날아라 높이 날아가 계속 올라가.
하느님 손끝에 앉아. 하느님께서 널 다른 애한테 보내주실 거야.
그러면 너는 내게 그랬듯이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겠지.
잘 가 내 예쁜 작은 새야. "

제제는 이제 자신 바깥에서 소통할 수 있는 밍기뉴라는 존재를 갖게 되었기에
자신 안의 새를 자신처럼 외로워할 다른 아이의 마음속으로 보내주기로 한 것입니다.
제재가 날려 보낸 작은 새가 마음을 열고 소통할 대상을 갖지 못한 외로운 아이들의 마음속을 찾아들기를
가난 속에 허덕이는 외로운 어린 시절을 보냈던 작가는 진심으로 바랐던 것 같습니다.
한편 혼자 일찍부터 글을 깨치게 된 제재는 다른 아이들보다 일찍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되는데
담임인 세실리아 선생님은 제제의 가난한 처지를 알고 쉬는 시간마다 생크림 빵을 사 먹으라고 돈을 주어 주고
책을 잘 읽는다며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습니다.
제제는 그녀의 관심에 부응하기 위해 악동에서 모범생으로 돌변합니다.
꾸짖음이 아닌 사랑과 관심이 아이를 진정으로 변화시킨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제제는 얼굴이 못생겨서 학생들에게 인기가 없는 세실리아 선생님을 위해
매일 아침 이웃집 정원에서 몰래 꽃을 꺾어 선생님 책상 위에 꽃병을 장식해주기도 하는데
이를 알게 된 세실리아 선생님과 제제는 다음과 같은 대화를 나눕니다.

"선생님,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어요.
우리 집에는 정원이 없어요. 꽃을 사려면 돈이 들고요.
그리고 전 선생님 꽃병만 늘 비어 있는 것이 마음 아팠어요."
''제재, 이병은 결코 비어 있지 않을 거야.
난 이병을 볼 때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을 보게 될 거야.
그리고 이렇게 생각할 거야. 내게 이 꽃을 갖다 준 아이는 세상에서 가장 착한 나의 학생이라고. "

이 무렵 제제에게는 인생 친구도 나타납니다.
제제는 항상 험악한 표정으로 다녀 사람들이 무서워하는 부유한 포르투갈인의 자동차 뒷바퀴에 매달리는 장난을 치다가
그에게서 "넌 아주 용감한 사내야, 꼬마야''라는 말을 듣게 되는데
제제는 자신의 남다른 용감함을 알아봐 준 포르투갈인에게 뽀르뚜가라는 별칭으로 부르며 친근하게 대하고
포르투갈인 역시 남들이 무서워서 말도 못 거는 자신의 남다른 친근함을 알아봐 주는 제제에게 장난감을 사주고
집에도 초대하며 나이를 뛰어넘는 우정을 나누게 됩니다.
제제는 뽀르뚜가에게 말합니다.

''난 절대로 당신 곁을 떠나고 싶지 않아요.
당신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사람이니까요.
당신이랑 같이 있으면 아무도 저를 괴롭히지 않아요.
그리고 내 가슴속에 행복의 태양이 빛나는 것 같아요.''

어느 날, 제제가 풍선을 만드는 데 정신이 팔려 있는데 누나가 빨리 밥을 먹으라며 심하게 닦달하고
이에 화가 난 제제는 ''이 갈보야''라고 누나에게 욕을 합니다.
어린 제제는 이 욕의 의미가 어떤 것인지 알 턱이 없었지만 누나와 형은 심한 욕을 한 제재를 피범벅이 되고
이가 부러질 때까지 주먹으로 사정없이 때립니다.
그리고 식구들은 잔인한 매질로 엉망이 된 제재의 몰골을 숨기려고
이틀간 학교도 보내주지 않고 나가지 못하게 합니다.
또 며칠 뒤, 제재가 집에만 있는 우울해 보이는 아빠를 위로해 주려고
최근 거리에서 어울렸던 길거리 가수가 가르쳐준 탱고 노래를 불러주는데
가사에 '나는 밝아 벗은 여자가 좋아 밝은 달빛 아래서 여자의 몸을 갖고 싶어'라는 문구가 등장하자
아빠는 어린 제제가 이런 상스러운 가사의 노래를 부른다는 데 격분해서
아무것도 묻지 않고 제재의 뺨을 사정없이 후려치며 폭행합니다.
제제는 이후 일주일간 말을 잃고 앓아누워 다음과 같이 생각합니다.

'나를 다시 예전의 나로 되돌려주고 사람과 그들의 선한 마음을 믿게 해 줄
중요한 무엇인가가 사라진 것 같았다.
내 가슴속에서 슬픔이 자라나는 것을 막을 도리가 없었다.
이유도 모르는 채 모질게 얻어맞은 짐승처럼'

욕설과 상스러운 노래 가사의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했던
어린 제제가 가족에게 무지막지한 폭행을 당하는 모습은 사실 오늘날의 우리 사회에서도 만연한 일입니다.
어른들은 너무 쉽게 아이들의 마음속을 들여다볼 생각은 하지 않고
자신들의 잣대와 기준에서 아이들을 평가하고 처분을 내립니다.
아이들은 상식을 벗어난 자신만의 언어와 생각을 가진 존재들이기에
더더욱 이해하고 소통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대상인데 말입니다.
겨우 몸이 회복된 제제는 뽀르뚜가를 찾아가 가족들에게 당한 폭행에 대해 이야기하고
자신은 이제 아빠가 너무 미우니 뽀르뚜가가 아빠로부터 자신을 사서 아들처럼 키우면 안 되냐고 묻습니다.
뽀르뚜가는 친부모로부터 아이를 데려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라 그럴 수 없지만
앞으로는 제제를 진짜 친아들처럼 대해주겠다고 눈물을 글썽이며 약속합니다.
가족들로부터 받은 상처가 너무 컸지만
제제는 자신을 이해해 주는 따뜻하고 자상한 뽀르뚜가가 있어서 상처를 극복해 나갈 수 있었습니다.
어느 날, 뽀르뚜가의 차가 건널목에서 기차에 치여 뽀르뚜가가 사망하고 마는 충격적인 사고가 발생합니다.
갑작스러운 뽀르뚜가와의 이별에 너무나 큰 충격을 받은 제제는 오랜 시간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열병에 시달립니다.
뽀르뚜가와 제제의 사이를 잘 모르는 가족과 마을 사람들은 갑작스러운 제재의 변화가 안타까울 뿐이었고
제제는 다음과 같이 생각합니다.

'이제는 아픔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매를 많이 맞아서 생긴 아픔이 아니었다.
병원에서 유리 조각에 찔린 곳을 바늘로 꿰맬 때의 느낌도 아니었다.
아픔이란 가슴 전체가 모두 아린 그런 것이었다.
아무에게도 비밀을 말하지 못한 채 모든 것을 가슴속에 간직하고 죽어야 하는 그런 것이었다.'

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 제재는 몸이 회복되고
제재의 아빠는 다시 공장 지배인으로 취직하고 가족들은 더 큰 집으로 이사를 가고
마을의 도로공사 때문에 뒷마당에 라임 오렌지 나무는 잘려나갈 것이란 소식이 들려옵니다.
아빠는 제제에게 "네 라임 오렌지나무가 그렇게 빨리 잘리진 않을 거야''라고 위로하지만 제재는 눈물을 흘리며 말합니다.
''벌써 잘 나갔어요 아빠 벌써 일주일도 전에 내 라임 오렌지 나무를 잘 나갔어요. ''
제제에게 라임 오렌지나무는 자신을 온전히 털어놓고 이해받을 수 있는 세상 단 하나뿐인 소통의 대상이었습니다.
살아있는 사람으로서 그 역할을 해준 첫 번째 사람이 바로 뽀르뚜가였습니다.
하지만 뽀르뚜가가 제자의 곁을 떠나버렸기에
이제 제제는 라임 오렌지 나무도 뽀르뚜가와 함께 잘려나가 버린 듯한 기분을 느꼈을 것입니다.
그리고 사랑의 상실과 현실의 아픔을 너무 일찍 알아버린 바로 이 순간
제제는 철부지 어린 나이에서 너무 일찍 철들어버린 어른의 세계로 들어서게 됩니다.
시간이 훌쩍 흘러 48살이 된 제제가 하늘나라의 뽀르뚜가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씁니다.
'나의 사랑하는 뽀르뚜가 제게 사랑을 가르쳐주신 분은 바로 당신이었습니다.
지금은 제가 아이들에게 구슬과 그림, 딱지를 나눠주고 있습니다.
사랑 없는 삶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3.마무리

자신을 온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여주고 사랑해 주는 한 어른을 갖는다는 것이
아이들의 성장에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를 다시금 깨닫게 됐습니다.
어린아이들뿐 아니라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는 누군가에게 온전히 이해받고 사랑받고 용서받고 싶어 하는 마음이
한 그루의 라임 오렌지 나무처럼 쑥쑥 자라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 안에 그 마음이 꺾이고 시들지 않도록 우리가 먼저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려는 노력을 기울여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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